실리콘밸리 비밀일기 Ep 2: 실리콘밸리의 원동력은?

세계 최고의 혁신 센터라 불리우는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혹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최고의 인재들, 혹자들은 풍부한 벤처캐피탈 리소스나 투자 환경 등을 꼽기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실리콘밸리에 벤처 자본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왜 그러한 우수한 인재들이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벤처를 창업하거나 또는 초창기 벤처에서 일하려 하는 것일까?  스탠포드 MBA에 있을 당시, 이름대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IT 회사의 채용담당자와 이야기한적이 있다.  그분 왈, 스탠포드 Computer Science 석박사 출신 인력들을 채용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와 같다고 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창업을 하거나 또는 초창기 벤처회사에 합류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 했다.  도대체 그들은, 소위 한국식 표현을 빌려, 그들 S급 인재들은 왜 벤처로 향하는 것일까?  실리콘밸리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푸는 열쇠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있다고 본다.

문지원 대표와 나의 시각은 이 모든 것의 가장 근본에 “꿈”이라는 에너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앞으로 하나하나 이야기 하겠지만 실리콘밸리는 아주 여러가지 의미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첫째, 꿈이 현실화 될 수 있는 확률이 세계 어느곳보다 높은 사회이며, 둘째, 그 꿈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이다. 한마디로 건강한 사회라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에는 꿈이 있다. 건강한 사회라면 내가 열심히 하면 신분 상승 또는 인생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리라는 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변방의 조그만 성주도 패자(覇者)의 꿈을 꿀 수 있었던 춘추전국시대에는 백가쟁명의 문명이 꽃 피어났다. 대한민국이 과거 50년간 기적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 본다.  한 사회의 기적적인 발전뒤에는 그 구성원들의 초인적인 노력과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이 적어도 내 인생이 또는 내 가족, 내 후대의 인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거라는 꿈이 없었으면 과연 그런 초인적인 희생을 감내할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의 기적적인 발전은 대다수의 국민이 꿈을 가지고 초인적인 노력을 했었기 때문일것이다.

최근의 한국 사회는 그 동력이 많이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원래 가진 재산이 없는 사람은, 젊었을때부터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특수한 직종에 입성하지 않는 한, 서울 강남에 집 한채 살 수 있는 인생 역전을 꿈꾸기가 너무나 힘들어졌다. 몇 안되는 고액연봉 직종이 아니고서는 인생 역전이 힘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고액연봉 직종에 대한 접근성 또한 문제인듯 하다.  소위 말하는 고액연봉 직종이라함은 의사, 변호사, 회계사, 일부 금융권/컨설팅 직종, 일부 외국계 회사/대기업 특수 포지션 정도인듯 한데 (엔지니어들이 낄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문제는 별개의 이야기로 치더라) 이런 특별한 직군에 입성을 성공하는 사람들의 분포를 보면 점점 시골 깡촌에서 머리와 노력하나로 성공한 “개천의 용”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요지는 한국 사회가 능력과 노력만으로 신분상승이나 인생역전을 꾀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지루하고 꿈 꾸기 힘든 사회가 된듯 하다는 점이다. 이는 사기 떨어진 군사들을 데리고 전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이에 대한 해결이 없이는 더 이상의 기적적 발전을 이루어 내는 사회적 동력의 창출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실리콘밸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잠깐 첨언하자면, 우리는 여기서 미국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아주 일부인 실리콘밸리라는 특수한 곳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혹 실리콘밸리에만 꿈이 있고 한국에는 꿈이 없나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한국에도 기적과 같이 꿈을 이루는 사례들이 많다. 맨손으로 시작하여 기적을 만들어낸 정주영과 같은 분이 있고, 맨손으로 시작하여 크고 작은 성공을 이룬 많은 분들이 있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것들이 그저 TV 에서 신문에서 나오는 남의 이야기일 뿐인지 아니면 나에게도 일어날수 있는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지이다.  과거 정주영 회장 같은 분을 비롯하여 많은 난세의 영웅들이 탄생하였지만, 계층이 고착화되며 난세 영웅 스토리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90년대 말 벤처 붐이 일었지만, 벤처의 성공스토리는 말 그대로 가물에 콩나듯일 뿐이다.  어쩌다 신문에 나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정말 어쩌다 나기 때문에 너무나도 특별한 딴 세상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실리콘 밸리는 바로 이점이 다르다. 크고 작은 성공의 스토리, 역전의 스토리가 바로 내 주변 classmate, 나의 친구, 친구의 친구들에게 종종 빵빵 터져주는 것이다.  “기억나지? 그때 그넘. 맨날 수업 빠지고 술먹으면 개 되던 넘. 걔네 회사 지난번에 5천만달러에 인수되었데…” 이런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신문에서 들으면 남의 이야기인 순수한 꿈이요, 내 주변에 실제로 발생하면 현실화 가능해 보이는 꿈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꿈을 꾸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이 왜 꿈을 꿀 수 있는지에 대해 5가지 정도의 이유를 나름 생각해 보았다.

#5. 꿈을 꾸는 것이 그다지 비현실적이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꿈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 실패한다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professional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비교적 다시 기회를 얻기 쉽다.

#3. 꿈을 꾸는 것이 외롭지 않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유학 온 한 Stanford 학생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학교 전체가 start-up 열기네요. 나도 동참하지 않으면 낙오되는 느낌이 날것 같아요”

#2. 벤처의 운명이 흑백 논리로 대박과 쪽박만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종류의 매력적인 소박, 중박의 길들을 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M&A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벤처에 초창기 멤버로 입사한 사람들은 그 회사가 중박만 되어도 획기적인 인생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 이는 반드시 금전적인 보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커리어상의 퀀텀 점프를 포함하는 의미이다.

#1.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 벤처에서 일하는 것이 커리어를 망치는 길이 아니라는 점!  벤처업계에 대기업 못지 않게 똑똑한 top class 인재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대기업 못지 않게 큰 배움이 된다. 게다가 자신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까지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업계에서 인정해준다.  미국사회의 커리어에서는 reference check 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사람을 채용할때, 어디 출신이라는 간판 보다는 같이 일했던 동료/상사등의 평가/추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  Episode 3 –  한국 사람이 미국에 건너가서 VC 펀딩을 받는것은 가능한가?